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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소한 소설2- ['나'의 우산]

kyespring 2022. 8. 21. 17:58


옅은 솜비가 내렸다.

비라고 표현하기도 조금 애매한 수준이었다.
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,
그래도 ‘나’는 꿋꿋하게 우산을 피고 걸어간다.
‘나’는 젊은 나이지만 꼰대 소리를 들을 만큼 꽉 막혀있는 면이 있었다.
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, 속으로 비를 맞으면 좋지 않은 이유를 이것저것 따지며 걸었다.
그렇게 한참을 걸었더랬다.
오늘은 조금 이상한 날인 것 같다.
흐린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.
평소에도 이런 날씨는 많이 있었지만, 오늘따라.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
‘나’가 자신이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.
첫눈이 오는 날에도 감성이라는 단어는 던져버리고
앞도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검은 우산을 쓰며 걸어갈 ‘나’는 오늘 처음으로 “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”라는 생각을 했다.
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와 회색빛으로 물든 풍경, 그리고.. 우산을 쓰지 않는 주변 행인들.
이 절묘한 순간이 맞닥뜨려져 ‘나’에게 다가왔다.
‘나’는 손에 들려있는 접힌 우산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갔다.
이제 다시는 우산 따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...

***

비를 살포시 앉아주는 나뭇길 사이로 걸어가는 ‘나’를 보았다.
아까의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,
‘나’는 한층 더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게 보였다.
그 발걸음이
‘나’를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.




여러분의 우산은, 무엇인가요?
*
언젠가는 여러분의 우산도 접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.
가벼운 발걸음도 함께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