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잊은감정>
버스에 올라탔다.
퇴근과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맞물려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.
복잡한건 딱 질색이지만,
뭐. 비록 앉아서 가진 못해도 걸어가는것보다는 나으니까.
사람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손잡이를 꽉 잡고 창문속,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을 보며.
집 냉장고에 있을 오늘치 맥주와 안주를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맞이하는 귀가길이었다.
[행복하신가요? 당신의 기분수치가 좋아보여요.]
'당연하지. 집에 있을 캔맥을 하나 따서...! 크으~~'
[워.워. 너무 기분이 들뜨셨네요. ^o^ 그렇지만 식사대신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것은 몸에 좋지 않..]
'쓰읍, 떽! 자꾸 잔소리 하지 말랬지! 그런건 나도 다 안다구. 그래도 잠시나마 이 삶에 찌든 기분을 달래주려면 어쩔수 없는 거야.'
[....-_-]
'뭐냐, 그 표정은!'
으휴... 어른이 되서도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.
그래도 뭐, 기분이 꼭 나쁘지는 않다.
가끔 대화할때 재밌기도 하니까. 그리고...
잔소리가 잠시 잠자해지듯 하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.
[근데, 인간들은 왜 외로움을 타나요?]
'응?'
[이렇게 버스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대도 외로움을 탈 수 있나요?]
'음...그럴수야 있겠지. 원래 외로움이란건 늘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도 느끼는 감정이야. 외로움의 정의가 그러니까. 사람이 존재하다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 "외로움"이니까. 근데 갑자기?
나는 전혀 외롭지 않았는데?'
[저기 저 아저씨가 외로워 보여서요. 것도 사람들이 많다 못해 터질것 같은 이 버스 안에서요.]
"그것"이 가르킨 사람은 뒷자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무언갈 보며 버스가 떠나가도록 웃고 있는 사람이었다.
근데 그런 사람에게 외로움이라니?
[외로움이 느껴져요. 저 사람한테서. 마치 그 외로움을 티내지 않으려 웃고 있는 것 같아요.]
'음...왜 그렇게 생각했는데? 그냥 재밌어서 웃고 있을 수도 있잖아.'
[글쎄요...그냥 그래 보였어요.]
흠.... 보면 볼수록 참 웃기는 아이다.
***
저 아저씨가 외로워보인다. 사실은 그냥 다른이들도 몇몇 보이긴 했지만 그냥 콕 집어 얘기하는게 편할것 같아 그녀에게 굳이 '저 아저씨'라고 한것이다.
'외롭다' 라는 것은 사전적 정의로 -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.- 이다.
결국 사람이 없어 혼자 남고, 의지할 사람이 없어 쓸쓸하다…라는 뜻인거다. 즉 이 모든 것은 '사람'들로부터 받는 고통에 해당하는 것이다.
하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.
혼자도 아니고, 의지할 수 없는 것도 아닌데.. 왜 그럴까.
'이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~ 다 그냥 외면 하고 사는거지.'그녀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허공을 보며 말했다.
['그럼 당신도 외로우신가요?']이 말을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었다.
그녀의 얼굴이 아니, 표정이. 이미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.
'아, 그리고 재밌는게 자기랑 친한 사람과 함께 있어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? 신기하지?'
인간은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우면서 흥미로운 존재였다.
[네, 진짜 신기하네요..]
'그치? 나도 신기해...' 그녀가 끝말을 흐리며 말했다.
물어보려다 입을 (진짜 입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하자)다물었다.
어쨌든 나는 그녀가 식사 대신 맥주를 마시는걸 조금 말려봐야겠다.
***
"그것"이 갑자기 나에게 한 그런 심오한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할지 몰랐다.
지난번 제품보다 너무나도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말하면 질문폭탄을 받을수도 있었으니...
음.. 한참을 생각하다 마땅한 답을 하기 어려워 대충 얼버무렸다. 나는 저 깔깔거리는 아저씨가 외로운지, 기쁜지, 슬픈지 딱히 관심도 없으니까.
오늘 아침부터 서류하나가 통채로 날아가버린것 부터 시작해서 꼰대(자신은 자기를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뻔뻔한)팀장으로부터 호된 잔소리를 들은것과 그 일 때문에 카페에서 넋놓고 있다가 무려 같은 가격으로!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가장 싫어하는 음료로 먹은것부터…
지금은 내 상황 살피기도 바쁜데 말이다.
그래서 버스에 올라탔을때 자신이 크게 웃고 있는줄도 모르는 저 아저씨 때문에 조금 신경이 거슬렸었다.
근데 갑자기 '그것'이 그렇게 말한 뒤로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 엉켜 버렸다.
사실 나는 그것에게 솔직하게 말해볼 생각도 했었다.
사람을 제일 모르는 것도 사람이지만,
제일 잘 아는 것도 사람이다.
사람 사는 일은 다 똑같으니까.
그래서 미처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.
그 아저씨는 외로운게 맞다. 솔직히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누구하나 안 외로운 사람 없을것이다.
아저씨의 제일 큰 웃음소리는 그만큼의 슬픔을 감추기 위해서일 것이다. 사람들은 슬픔을 내비추는걸 싫어하니까. 어쩌면 싫어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것일 수도 있다. 신기하게도 드라마나 영화속에 나오는 여주가 길 한복판에서 가련하게 울면(그것도 남친과 헤어진 그런 뻔한 이유로..) 시청자들은 "아이고 어떡해.." 하거나 헤어짐을 통보한 남자에게 일명 '나쁜시키'라는 별명을 붙이며 욕해주기까지 한다.
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. 여주처럼 길 한복판에서 울면 이상한 사람 취급이나 받고 "에고 차였네 차였어 쯧." 또는 "자기만 힘든 것도 아닌데 어린애처럼 저게 뭐하는 짓이람" 라는 말 등을 들을수 있다.
아무튼.
저 아저씨는 외로운게 맞다고 볼 수 있다.
사실 나는 '스마트폰' 이라는 물건도 이때문에 인기를 얻은게 아닌가 싶다.
빈 마음과 빈 손을 채우는.
허공에서 방황하고 있는 손에게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꽤나 반가운 존재일것이다.
자신은 외롭지 않은척. 괜히 혼자남아 민망해질때면 "저는 스마트폰하느라 외로운 겨를도 없이 너무 재밌답니다~"하는 바쁜 척을 한다.(-물론 세상사람들 다 그런건 아니다! 오해는 하지 말길-)
오랜만에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했더니 머리가 슬슬 지끈거렸다. 얼른 가서 침대에나 누워야겠다.
***
그 둘은 열심히 빌라들이 둘러싼 언덕배기를 올라가며
술에대한 열띤 토론을 했고, 결국 잔소리 폭탄을 들은 사람은 술을 포기하고 색깔이 비슷한 사과주스 한잔을 따라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.
오늘도 다른이들처럼 '외로움'이란 자신의 감정은 잊은채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