•익숙할지도 모르는 이야기•
옛날 옛날에....
응? 뭐라고? 너무 형식적인 말투라고? 지루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다고?
그래도 조금만 더 들어봐 줘.
어쩌면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가장 익숙한 이야기니까.
EP1. 토끼 무리
새들이 지저귀고 맑은 샘물이 흐르는, 바람이 보드랍게 부는 작은 숲에 모여 살던 한 토끼들이 있었어요.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지라 저도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니까요.
거기서 만난 토끼들은 무척이나 귀여웠어요. 상상도 안 될 만큼요.
그 친구들은 항상 무얼 하든지 항상 함께했어요. 하지만 그건 모든 토끼들에게 해당되는 게 아니었어요.
한 구석진 곳에 소속되지 못한 토끼 두 마리를 발견했어요. 그 토끼들은 무척 외로워 보였어요.
그 토끼는 저에게 말했어요.
"무리에서 내팽개쳐지고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
않은 느낌이 얼마나 불행한지 몰라."
그러자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토끼가 말했어요.
"차라리 아무 데도 속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게 다 나아. 애매하게 겉돌기만 하고 남 눈치 보면서 무리에서 사는 것보단 말야."
두 토끼는 그렇게 말하고는 짐을 싸서 어디론가 가버렸어요. 쓸쓸하게 떠나가는 그 토끼들의 모습들은 어딘가 많이 익숙한 느낌이 들었어요.
EP2. 착한 토끼
너무나도 착해서 탈인 토끼가 있었어요.
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했고,
향긋한 향이 나는 페퍼민트 차를 좋아하던
토끼였지요.
그 토끼는 도움이 필요하 곳이 있다면 어떤 동물인지에 관계없이 항상 손을 내밀어 줬어요.
어느 날이었어요.
그 토끼가 맛있는 열매를 구하러 가는 길이었어요.
워낙 주변 풀잎들이 날카롭고 늑대들이 자주 나오는 곳이라 주저하는 다른 토끼들 대신 이 토끼가 나온 것이었지요.
그러다 날카로운 잎에 발목을 베여 울고 있는 아기 늑대를 보았어요. 토끼는 아무리 늑대라지만 아파서 울고 있는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. 토끼는 아기 늑대에게 약을 발라주고 부축해주었어요.
토끼는 아기 늑대를 부축해주다가 그만 늑대들이 살고 있는 마을 코앞까지 와버렸어요. 천진난만한 아기 늑대는 감사의 표시를 하고 마을 안으로 걸어갔어요. 여기까진 별 탈 없이 넘어갔어요. 늑대들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, 그저 자신들의 소중한 아이를 구해준 것에 대해 고마울 뿐이었으니까요.
토끼는 마저 열매를 따고 토끼 마을로 돌아갔어요.
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어요. 착한 토끼를 마중하는 이는 그 토끼의 어린 동생밖에 없었지요.
토끼는 모두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서 쉰다고 생각하고, 열매를 마을 탁자 위에 올려 논 뒤 자신도 들어가서 잠을 청했답니다.
침대까지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뜬 토끼는 기분 좋게 일어났어요. 매일 하듯이 창문을 열고 다른 토끼들에게 인사했어요. 그렇지만 토끼의 인사에 대꾸해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어요. 토끼는 그냥 자신의 목소리가 작아서 다들 못 들었나 보다 하고 말았어요. 하지만 그다음 날도. 다다음 날도.
며칠이 지나도 토끼에게 인사를 해주는 토끼는 아무도 없었어요. 그 누구보다 착했지만 또 그 누구보다 차분하고 내성적이었기 때문에. 토끼는 그저 스스로의 잘못을 더 생각했어요. '내가 따온 열매의 맛이 별로였나', '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', '내가 너무 재미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' 토끼는 계속해서 자신만 탓했어요.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한 이웃집
토끼 아주머니가 착한 토끼에게 말을 꺼냈어요.
"얘!, 너 정말 늑대랑 손을 잡았다는 게 정말이니?"
"네..?"
토끼는 어리둥절했어요.
"네가 늑대 마을 앞에 있는 걸 누가 봤단다. 네가 그 작은 아기늑대에게 잡혀 끌려가 네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우리 토끼 마을을 팔아넘겼다던 소문이 자자하던걸!"
토끼는 머리에 큰 솔방울이 떨어진 느낌을 받았어.
그 이후에 토끼는 집 안에 틀어박힌 채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어.
그러자 또 다른 흥미로운 소문이 하나 생겼더군.
내가 듣기엔 "그 토끼, 우리가 눈치를 챈 걸 알고 찔려서 나올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게 분명해! 쯧."
"그렇게 자기 혼자서 착한 척은 다 하더만.. 완전
순 거짓말 쟁이였구먼!!"
토끼를 둘러싼 소문은 점점 더 커지고 커져서,
심지어 토끼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토를 달았어.
그렇게 소문은 또 다른 토끼를 만들어냈어.
이제 그 마을에는 착한 토끼 대신 소문으로 만들어진 토끼가 산단다.
*
그리고 토끼는.
그저 착할 뿐이었던 토끼는.
더 이상 남을 도와줄 수 없었고.
자신이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의 향을 맡지도,
파랗게 흘러가던 하늘도 올려다보지 못했어요.

재미없는 글, 봐주셔서 감사합니다:)